지난 달 서울 코엑스 무대 위에서 6번이나(에디터1이 세어봤음😋) 울려 퍼진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였어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수장이 한국을 찾아 연호한 이름. 그 순간 리그 오브 레전드 2025 월드 챔피언십은 중국 청두에서 한창 진행 중이었고, 페이커는 영상 인사로 무대에 함께했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페이커가 속한 T1은 KT를 3:2로 꺾으며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했어요. 페이커 개인으로는 통산 6번째 우승이었죠. 한국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고, 전 세계가 동시 접속한 이 경기는 'e스포츠의 월드컵'이 된 현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줬어요.

 젠슨황과 초록색 엔비디아 로고, 영상 속 페이커 선수. 이 장면 하나에는 엔비디아와 한국 e스포츠의 20년 역사가 응축되어 있어요.

 젠슨 황이 한 말이에요. 게임을 잘 즐기던 나라 덕분에 성장한 칩 회사. 그리고 지금, 둘은 함께 AI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게임을 해봤거나, PC방에 다녔거나, 컴퓨터를 조립해봤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 있어요. '지포스(GeForce)'.

 그리고 2000년대 초반 PC방에 가면 카운터 어딘가에 붙어 있던 초록색 스티커.

 당시 한국 PC방에서 지포스의 점유율은 사실상 독점 수준이었어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를 비롯한 각종 RPG 게임들, 그리고 나중엔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한국이 e스포츠를 만들었고, 엔비디아 지포스는 그들의 장비였죠.

 2013년에는 SKT T1과 엔비디아가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어요. 당시 T1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페이커의 유니폼에 엔비디아 로고가 박혔고, 서포터즈 프로그램을 통해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으며 e스포츠 마케팅이 본격화됐어요. 지금은 특정 팀이 아닌 e스포츠 전체 생태계를 서포트하고 있죠.

 한국이 엔비디아 성장 초반부의 핵심 시장이었다는 건 분명해요. 그리고 이 인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에요.  

 엔비디아를 이해하려면 먼저 간단한 구조를 아는 것이 좋아요.

 엄밀히 말하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에요. 그래픽카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 칩을 설계하는 회사죠. 기가바이트, MSI, ASUS 같은 제조사들은 이 칩을 사서 냉각팬, 기판 등을 덧붙여 완제품 그래픽카드로 만들어요.

 지포스(GeForce)는 엔비디아 GPU의 브랜드명이고, RTX 3080 같은 건 구체적인 모델명이죠.  

 그런데 이 게임용 칩이 어떻게 AI 시대의 핵심이 됐을까요?

 2006년, 엔비디아는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를 출시합니다. CUDA는 GPU를 이용한 개발 툴이에요. 이전까지 GPU는 그래픽 처리 전용 칩이었어요. 하지만 CUDA를 개발하며 GPU를 범용 연산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여기서 핵심은 '병렬 처리'예요.

 CPU는 복잡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 좋은 일꾼 8명'이라면, GPU는 단순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평범한 일꾼 수천 명'이랑 같아요. 8코어 CPU가 어려운 문제 8개를 동시에 푼다면, GPU는 쉬운 문제 수천 개를 한꺼번에 푸는 거죠.

 CUDA를 쓰는 이유는 많은 양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목표랍니다. 그래서 딥러닝, 채굴 같은 수학적 계산에 많이 쓰이게 됐어요. 바로 여기서 GPU의 병렬 처리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되어요. 수천 개의 코어가 신경망의 모든 층을 동시에 연산하는 거예요.

 전환점은 2012년에 왔어요. AI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엔비디아 GPU를 사용한 딥러닝 모델 'AlexNet'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던 거예요.

 이후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와 AI 전용 GPU(H100, B100 등)로 제품군을 확장했고, 지금은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됐죠. 현재 AI 개발자들이 필수로 사용하는 CUDA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20년 가까이 쌓아온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결과물이에요.

 페이커가 쓰던 그래픽카드의 후손이, 지금은 ChatGPT를 학습시키고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칩이 된 거랍니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인연은 게임에서 끝나지 않아요.

 2025년 초 크래프톤은 ‘PUBG:배틀그라운드’용 AI 팀메이트 'CPC(Co-Playable Character)'를 공개했어요. 엔비디아 ACE 기술과 소형 언어모델(SLM)을 결합해, 플레이어와 대화하면서 함께 싸우는 AI 캐릭터를 만든 거죠.

 4월에는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두 가지 분야에서 협업을 논의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AI NPC로 시작한 협업이 결국 로봇과 휴머노이드 소프트웨어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게임은 AI를 현실 세계로 꺼내오는 '연습장'이 되고 있어요.

 크래프톤은 '게임사'에서 'AI·로봇 소프트웨어 회사'로 확장할 수 있는 포지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페이커가 PC방에서 키운 손놀림(APM)은 경기장에서 우승컵으로 돌아왔어요. 그 경기를 위해 최적화되던 GPU는 이제 AI와 로봇의 뇌가 되었죠.

 게임을 즐기던 나라와 게임 칩을 만들던 회사는 어느새 'AI 시대의 핵심 파트너'가 되어 있었어요. 

서퍼님들! 우리 앞으로 대한민국과 엔비디아가 함께 만들어갈 AI의 미래를 기대하며 지켜보자구요!